커스 다마토는 타이슨이 소년원에서 나오자마자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위대한 복서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이나 힘보다 맑은 정신과 뜨거운 가슴이 더 중요하다고 믿었던 다마토는 그냥 복싱 코치가 아닌 타이슨의 인생 전반을 이끌어줄 아버지 역할을 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잘 될 리 없었다. 고삐 풀린 망아지 같던 타이슨은 학교에 가자마자 동급생들을 잔뜩 두들겨 팼고 공부에도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마토는 타이슨을 꾸짖지 않고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는 사람 내면의 본질적 문제를 파악하는 눈을 갖고 있었다. 플로이드 페터슨을 가르칠 당시, 다마토는 불량배 출신의 페터슨이 실은 뿌리 깊은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꿰뚫어봤다. 다마토는 너무 소심해서 사람들과 대화조차 하기 힘들어했던 페터슨에게 단 한 번도 뭔가를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사람들에게 페터슨을 계속 칭찬한 후 페터슨이 그들로부터 계속 칭찬을 들으며 자신감을 갖도록 만들었다. 자신이 직접 기를 살려주려 하면 소심한 페터슨에게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대신 다마토는 자비를 털어 페터슨에게 최고급의 정장, 코트, 모자 등을 선물해 입혔다. 페터슨 자신이 그렇게 대접받을 만큼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사람이란 걸 일깨워 주기 위해서였다.
"불행한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아주 무섭거나 치욕적인 일들을 겪는다. 그 상처들은 그들의 재능과 인성 위에 막을 한 겹씩 한 겹씩 형성해 위대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걸 막는다. 선생으로서 해야 할 일은 그 막들을 걷어내 주는 것이다.”-커스 다마토
커스 다마토는 이처럼 타이슨에게 완벽한 기술을 심어주었지만, 실전에서는 그와 별개로 ‘강한 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무리 빠르게 움직이고 강한 펀치를 날릴 수도 있어도, 연습해 온 것들을 링 위에서 그대로 재현하려면 누구에게도 위축되지 않는 강한 심장이 있어야 하는 법 아닌가.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이렇게 반문하실 지도 모르겠다. “아니 타이슨은 원래 그냥 다 두들겨 패버리는 스타일 아닌가요? 타이슨이 타이슨인데 뭘 위축될 게 있죠?” 물론 타이슨이 유명해진 후 누구나 그를 두려워한 건 맞지만, 타이슨 본인의 내면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이미 전편에서 얘기한 대로 타이슨은 내성적인 성격을 타고난 사람이었다. 너무나 강해보이는 겉모습과 어울리지 않게, 타이슨 또한 ‘사각 링의 공포’를 떨쳐내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데뷔전을 앞둔 어느 날, 타이슨은 다마토에게 무서워 죽겠다고 고백했다.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타이슨의 이미지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다마토는 이렇게 대답했다.
“두려움은 친구이자 적이다. 마치 불과 같다. 컨트롤만 할 수 있으면 널 따뜻하게 해 주지만, 그렇지 못하면 너와 네 모든 걸 태워 버릴 수 있다. 초원을 달리는 사슴을 상상해 봐라. 반대쪽 덤불 속에 퓨마가 숨어 있다는 걸 알아채는 순간 느껴지는 두려움은 곧바로 생존을 위한 자연의 섭리로 작용한다. 평소에는 5~10피트만 뛸 수 있었던 사슴이 두려움 때문에 15~20피트를 뛰게 되지 않느냐. 두려움을 인정하고 받아들여라. 두려움이 없으면 죽는다. 두려움은 우리를 싸우도록 일으키는 자연의 힘이다. 영웅과 소인배가 느끼는 두려움은 똑같다. 다만 영웅만이 그 두려움에 정면으로 맞설 뿐이다.”
타이슨은 전설적인 트레이너 커스 다마토Cus D'Amato로부터 복싱 귀재가 되도록 교육받았다. 여기 그가 힘들게 얻은 보석 같은 지혜들을 소개한다.
“영웅과 겁쟁이 모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같다. 그러나 영웅은 두려움을 상대방에게 쏟아내는 대신 겁쟁이는 도망친다.”
“사람들은 복싱을 ‘잔인한’ 운동이라고 한다. 하지만 선수들이 사람들의 생각만큼 자주 얻어맞는다면 모두들 그만둘 것이다.”
“일생 동안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많은 위안거리와 사람들을 두게 된다. 하지만 그러다가 신은 우리 곁에서 그들을 하나씩 하나씩 데려간다. 그것이 바로 신이 우리를 죽음에 대비시키는 방법이다.”
“경기가 있는 날 아침, 선수는 일어나서 이렇게 말한다. ‘어떡하지? 지난밤에 한숨도 못 잤는데.’ 깨달아야 할 것은 상대방 선수 역시 한숨도 못 잤다는 점이다.”
“자신보다 나은 적수가 아니라 자기 자신 때문에 무너지는 사람을 보는 일은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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